언제나 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지난 날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주었을 것이다
결국 이별할 수 밖에 없는 관계였다 해도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시의 한 구절처럼
우리가 자주 만난 날들은
맑은 무지개 같았다고 말할 수 있게 이별했을 것이다
진작, 인연은 한번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열가지
현실을 본다는 것
실연의 아픔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
가난
죽어가는 가족을 둔 심정
한국 사회에서 가방 끈 짧은 설움
부모님의 외도 혹은 이혼
외로운 '옳음'이 되는 대신 당연스런 '불합리'에 복종하는 나
날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
정말로 혼자가 되는 것
내가 입 다물면 너 혼자만 알고 있는 일
네가 입 다물면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일
둘 다 모른체 하면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는 일
둘 중 하나가 잊고 살면 나머지 하나의 가슴에 피멍이 드는 일
둘 다 기억하고 살면 가슴 한 쪽 떼어 놓고 사는 일
둘 다 잊고 살면 아무렇지 않고 사는 일
정말로 없었던 일이 되는 우리일, 우리란 말이 어색해지는 우리 일
네 기억으로 짜 입은 내 폴리에스테르 옷은
속살에 닿기만 해도 번쩍번쩍 번개치고 뇌성으로 울었다
-정전기 中 , 김길나
내가 그토록 마음 아팠던 까닭은
진눈깨비가 내려서도 아니고
당신이 너무 멀리 있어서도 아니며
당신의 편지가 슬펐던것만도 아니었습니다
먼훗날 당신과 내가
어느 길 모퉁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냥 스쳐지나갈지도 모른다는
그 사랑의 "허구성"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냄새를 사랑했다
그의 냄새가 나는 공간에서는 세상을 향해 긴장을 풀 수 있엇고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든 내 인생에 몰두 할 수 있었다
나의 꿈은 그런 것이었다
스물할 살에 만난 남자가 그의 전생에 동안 오직 나만을 사랑하고
나 또한 단 하나의 남자만을 사랑하며
평생동안 하나의 생을 온통 함께 사는 것
우리의 냄새를 다른 냄새와 뒤섞이지 않는 것
나의 꿈은 그것 뿐이었고
그것은 흡사 하나의 이념과 같이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 내 생에 꼭 하루 뿐인 특별한 날 中 , 전경린
너를 잊으려다 나는 나를 지워버렸다
제일 먼저 행복이란 감정을 잊어버렸고
입에선 웃음이 지워졌으며 멀쩡히 두 다리는 있었지만
나는 길을 잃어 세상을 헤메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지우니 그리움만 남았다
오히려 네 기억만 더욱 더 선명해져 버렸다
너를 그리워하는 일 이제 익숙해서 내 삶의 부분이 되어버렸다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보다
두번 다시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될 내 자신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사랑은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익숙함으로 변한다
대부분이 익숙함을 지루함이라 착각하지만
그 안에 추억은 사랑보다 더 강함을 지녔다
시간은 약이다
뼛속까지 파고들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숨 쉴수 없을 만큼 큰 슬픔도 결딜 만해진다
하지만 시간은 진통제일 뿐 모든 슬픔과 고통을
거둬주는 치료제는 아니다
모든 것을 잊었다고 믿지만 어느날 문득 떠오르는 추억 앞에서
다시 한번 쓰라린 아픔을 느껴야 한다
일시적이지만 계속 반복되기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그렇다고 또 다시 시간에 기대며 마음을 누르고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소중한 기억마저도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진통제에 만성이 될 수록 외로움이라는
부작용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시간은 때로는 해롭고 독한 진통제였던 것이다
진짜 치료제는 어디 있는 것일까?
치료제를 찾기 위해서는 일단
시간에 의지했던 혼자만의 슬픈궤도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고 나서 뒤돌아 보지 말고 달려가야 한다
다시 사랑이 시작될만한 곳까지
그곳에서 비로소 치료제를 발견할 것이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 찰칵찰칵 中 , 송창민
언제나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오래도록 마음을 무겁게 하는 법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지만
되돌리고 싶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사랑을 체험한 뒤에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
-합체中,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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