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스크랩] 두 여자 공무원

대운풍 2014. 12. 13. 21:45
프랜시스 켈시라는 미국의 여성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FDA 즉 미국식품의약국이었는데 하는 일은 신약에 대한 심사후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고용되자마자 첫 과제로 주어진 것이 독일에서 개발되어 임산부의 입덧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어떤 신약의 미국내 판매여부에 대한 심사였다.

 

약의 이름은 탈리도마이드. 입덧 뿐만 아니라 두통, 불면증, 식욕저하 등 거의 모든 임신증후군에 잘 듣는다는 소문에 유럽 각국에서는 선풍적인 반응을 보였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입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제약회사는 이미 유럽 각국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으므로 미국에서도 의례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즉시 판매허가가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담당자인 켈시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이 약이 사람에게는 수면제효과가 있는 반면에 동물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녀는 제약회사측의 집요한 요구에도 차일 피일 시간을 끌며 승인허가를 미루었다. 영화 식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미국 제약회사들의 로비와 압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핑게 저 핑게를 대가며 승인허가를 질질 끌었다.

 

그러던 차에 유럽 각국에서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해표지증을 가진 기형아들의 출산이 급증하였는데 역학조사 결과 거의 모든 경우가 산모가 임신중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했다는 점이 밝혀졌고 당연지사로 탈리도마이드의 미국판매는 불허되었다.

 

유럽에서 8천명이 넘는 기형아들이 태어난 반면 미국에서는 켈시박사의 소신덕택에 단 17명 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켈시박사는 서류를 깔아뭉겐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고 겸손해 했지만 미국정부는 훈장으로 그녀의 강직한 업무처리에 보답하였다.

 

이장덕이라는 한국의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였고 하는 일은 유아청소년용 시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담당계장으로 근무하던 1997년 9월 그녀에게 관내에 있는 씨랜드라는 업체로부터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허가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다중이용 시설중에서도 청소년 대상이므로 철저히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사결과 콘크리트 1층 건물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가건물형태로 화재에 매우 취약한 형태였다.

 

당연히 신청서는 반려되었지만 그때부터 온갖 종류의 압력과 협박이 가해졌다. 직계 상사로부터는 빨리 허가를 내주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왔고 민원인으로 부터도 여러차례 회유시도가 있었고 나중에는 폭력배들까지 찾아와 그녀와 가족들을 몰살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고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1998년 화성군은 그녀를 민원계로 전보발령하였고 씨랜드의 민원은 후임자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씨랜드 측과 관련 공무원들이 앓던 이 빠졌다고 좋아한지 1년도 채 못되어 씨랜드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였고 결국 18명의 유치원생들을 비롯한 23명이 숨지는 참극으로 끝났다.

 

똑같이 소신에 찬 말단 공무원이었지만 한 사람은 비극을 막고 다른 한 사람은 비극을 막지 못했다. 한 사람은 영웅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지만 한 사람은 경찰에 제출한 비망록으로 인해 동료들을 무더기로 구속시켰다는 조직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한 사람은 90세까지 근무한후 은퇴하자 조직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였지만 한 사람은 현재 무얼하며 지내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그녀의 소신을 못지켜준 죄를 그녀가 일깨워준 교훈을 잊은 죄를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아이들이 대신 감당하고 있다.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한다면 출발은 여기부터다.

 

*참고
화성군 이장덕 前부녀복지계장 업무수첩 공개 http://news.donga.com/3/all/19990705/7452540/1

 

입력 1999-07-05 19:41:00 수정 2009-09-23 23:44:13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을 수사중인 경기 화성경찰서는 5일 화성군 전 부녀복지계장 이장덕씨(40·여·민원계장)가 씨랜드 허가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이씨의 업무수첩을 공개했다.

이씨의 업무수첩에는 강호정사회복지과장(46)등 상급자로 부터 받은 압력과 그에 따른 괴로운 심정 등이 적혀 있다.

△97년 12월19일〓씨랜드 인허가건으로 대리인인 박재천씨(씨랜드 운영권자)가 험상궂은 3명과 함께 사무실로 찾아왔다.

△98년 1월3일〓강과장이 오늘 퇴근을 못하더라도 씨랜드 인허가건을 끝내라고 지시했다.

△98년 1월9일〓씨랜드 허가와 관련해 시설보완기간에 대한 연장 신청을 결재해주지 않았다.

△98년 1월30일〓강과장이 불러서 가보니 박재천이 내게 전달하라고 했다며 5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주었다. 박재천의 주민등록번호와 농협계좌번호를 확인해 곧바로 송금했다. 내가 굶어죽어도 그런 돈은 받고 싶지 않다.

△98년 8월20일〓청소년수련시설 사전영업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 결재를 올렸더니 강과장이 사인을 해주지 않았다. 등록을 하고 시설을 운영해야 하나 유치원을 대상으로 영업행위를 수차례나 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 무슨 법의 보호가 필요하겠는가. 7월 15일 현지에 출장가 영업행위를 중지하라고 하였음에도 7월22일 또 영업을 하고 있었다. 씨랜드건에 대해 과장이 이상하게도 과민반응을 보인다. 

 

 

2000년 3월 31일자로 퇴직하셨네요.
http://www.donga.com/docs/magazine/woman_donga/200004/wd2000040330.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7296.html
한편 경찰은 1999년 7월14일, 지난 1997년 12월에 이 계장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며 협박한 폭력배 3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과 검찰은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에 대한 수사 결과 김 군수를 제외한 화성군 공무원 6명과 씨랜드 박 대표, 건축 및 감리회사 관계자 및 소망유치원장 천씨와 폭력배 등 모두 16명을 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8월1일 김 군수는 씨랜드 인허가 과정과는 상관없는 뇌물 1억3000만원 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
1999년 8월 씨랜드 참사로 6살 아들(도현)을 잃은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순덕(당시 33살)씨가 정부에 항의 편지를 보내며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들을 받납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씨는 편지에서 “원인 규명이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의 무성의와 무책임에 실망한 나머지 배신감까지 느낀다”고 밝히며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금·은메달을 따낸 공으로 받은 체육훈장 맹호장, 국민훈장 목련장, 대통령 표창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실제로 1년 뒤 온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갔다.


해병대 캠프 사건 때 이런 기사도 있었습니다.

 

 

 

 

출처 : 이종격투기
글쓴이 : 레스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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