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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중앙일보 기사에 자세한 이야기 있어요(오늘 기사)
아래는 오늘 기사
전지적 마을버스 시점이라 다소 오글거림(출처 : 중앙일보)
8월 30일 오후 5시32분, 서울대학교 병원 본관 앞으로 연두색 소형버스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종로12번 마을버스다. 그런데 생김이 심상찮다. 매직펜으로 쓴 문구들이 온몸을 덮었다. 알 수 없는 문자도 수두룩하다. 차 문이 열리고 아저씨 몇이 내렸다. 머리띠 질끈 묶은 이 아저씨들, 포스가 만만찮다. 그을린 얼굴, 다부진 어깨, 굵은 팔뚝이 ‘좀 놀아본’ 동네 형들 같다. 버스에게 슬쩍 물어봤다.
얘, 저 아저씨들 정체가 대체 뭐니?
▶내 이름은 은수
지난 2년 동안 있던 일,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저는 은수랍니다.
종로3가역과 서울대 병원을 뺑뺑이 돌던 12번 마을버스였죠. 2005년생이에요. 9년6개월을 달려 폐차를 6개월 앞두고 있었어요. 사람으로 치면 환갑진갑 다 지난 나이지요. 계기판에 찍혀있는 주행거리가 206209예요. 실제는 45만km를 넘게 달렸는데 바늘이 고장 나 그냥 다녔어요.
며칠 뒤 아부지가 뜬금없이 말했어요. ‘은수야, 우리 세계일주 가자’
아니 동네만 돌다가 똥차 다 된 저에게 다른 나라 여행이라니요, 그것도 세계 한 바퀴라뇨. 처음에는 아부지가 살짝 맛이 갔나했어요. 제 인생이 그렇잖아도 내리막인데 잘못하다간 막장으로 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어요.
아부지는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달고 다니던 제게 하얀색 75마 1347 번호를 붙여줬어요. 그러고는 이러저러한 개조를 시작했어요. 발전기와 충전기를 달아 전기팬으로 밥 지을 설비를 갖추고, 승객의자를 들어내더니 간이침대를 들이고, 뚝딱뚝딱 며칠을 공사를 했어요. 웬만해지자 여기저기를 다니며 제가 제대로 굴러가나 점검하더군요. 그러더니 어느 날 한마디를 툭 던졌어요. ‘이만하면 됐다.’ 뭐가 됐다는 건지 모르지만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았어요.
아부지가 대체 어떤 분인지 저를 구경하러 오는 분들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오퍼상을 하며 젊을 때부터 이미 세계 40여개 나라를 다녔대요. 그간 꿈꿔온 세계 일주를 위해 사업을 접었대요. 이를 위해 엄청 열심히 일했고 엄마를 꾸준히 설득했고요. 그런데 모험이 어디 쉽나요.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잖아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험악한 세상에 누가 나가라고 하겠어요. 그런데 세상에나, 2013년 아부지 생신날 엄마가 행복하게 다녀오라고 오케이를 했다네요.
▶은수의 7만km
2014년 10월 25일 평택 항구에서 저는 페루로 가는 화물선에 올랐어요. 9일 전에 아부지는 제가 달릴 길이 빨갛게 칠해진 세계지도를 유리창에 붙었어요. 먼저 가 있으라고, 아부지도 곧 간다며 제 엉덩이를 툭툭 쳐주셨어요. 풍랑에 흔들리며 태평양을 건넜지요. 어느 날 눈뜨니 저 멀리 안데스산맥의 꼭대기가 보였어요. 51일 만에 페루 리마 까야오항에 도착했어요. 배에서 내리니 세관원들이 ‘이거뭥미’하는 황당한 표정이에요. ‘듣보잡’ 조그만 버스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더라고요. 세계일주하는 마을버스는 처음 만난대요. 며칠 뒤 비행기를 타고 온 아부지와 만났어요. 아부지는 바다를 건너며 여기저기 탈이 난 저를 병원에 데리고 갔어요. 리마에 있는 현대자동차정비소에서 꼼꼼히 진료를 받았지요.
리마 현대차 정비센터
페루 쿠스코
뗏목타고 건너는 티티카카호
볼리비아
저는 유로6 기준에 맞춰진 최상급 경유차예요. 연료는 유로4 기준 이상을 써야 하죠. 그런데 중남미의 디젤차는 유로3이에요. 한국의 오래전 차들이 굴러다니는 거죠. 그러니 제 입맛에 맞는 연료를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밥을 제대로 못 먹으니 배탈이 나고 제대로 다닐 수가 없던 거죠.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유로4기준인 코스타리카에 들어가서는 15리터들이 통 12개에다 디젤을 가득 채워서 싣고 다녔어요. 짐칸에 폭탄을 넣고 다닌 셈인데 어쩔 수가 없었지요. 유로5기준인 멕시코에서는 행복했죠.
니카라과를 지나고 온두라스에서는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를 잃어버려서 170달러를 뜯길 뻔했지요. 아부지가 잘 구워삶아서 40달러로 해결했어요. 과테말라에서 멕시코 들어갈 때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진을 뺐는데 영사가 나서도 해결이 안 되더군요.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했죠. 다시 과테말라로 와서 우여곡절 끝에 겨우 마이애미 가는 페리에 오르며 한숨을 돌렸어요.
중남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어요. 천국과 지옥의 짬뽕인데 겁나고 짜릿짜릿했어요.
7월 16일 마이애미에서 시작한 북미 종단은 쾌적했지요. 본고장 미제 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달렸어요. 유명한 지역 신문 버지니안 파일럿에서는 제 인터뷰 기사를 대문짝하게 실었어요. 8월 6일, 마침내 세계의 심장인 뉴욕, 그것도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섰어요. 브로드웨이,42번가,7번가 셋이 만나는 이곳은 세계 관광객들의 로망이죠. 제 손 좀 잡아보자고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가슴이 벌렁벌렁하대요. 미국에서 부풀었던 가슴을 누르며 저는 독일 가는 배를 탔어요.
뉴욕
포르투갈
사하라 사막
체코
마케도니아
이스탄불 소피아 성당
아르메니아
카스피해
페루에서는 경찰이 전조등을 안 켰느니 뭐니 하면서 세 가지 죄목을 들이대더니 그중 하나만 적용해 120솔을 뜯어갔다. 가련 모드로 변신한 아부지, 밥값이 없어요, 같이 탄 친구 밥값도 없어요, 친구가 덩치가 커서 많이 먹어야 해요, 기름 값도 없어요, 하면서 뜯겼던 돈을 야금야금 돌려받아 결국 50솔만 주고 마무리했어요. 그런데 온두라스에서는 국물도 없더라고요. 지갑 속에 있던 한국 돈 만 원짜리도 빼가던 걸요. 그래도 중남미는 양반이에요. 중앙아시아에서는 외국인이 ‘도시락’으로 보이는지 무조건 잡아 거둬가요.
오스트리아
몬테네그로
터키
시베리아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결국 8월 5일. 저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어요. 아메리카를 지나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해 대륙의 동쪽 끝에 선 거죠.
거짓말처럼 앞에 동해가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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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시면 기사에 사진도 있고요
두번째 이야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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